베토벤의 음악이 이런 튼튼한 구축력을 가진 덕분에 교향곡이나 협주곡 소나타 등의 분야에서 긴 연주시간과 큰 악기편성을 갖춘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3번, 9번 교향곡이나 장엄미사, 후기 현악 4중주와 같은 장대한 작품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 긴 시간 동안 계속 연주가 이루어지는데도 지루하거나 장황함을 느낄 틈이 없다. 쉴 새 없이 주제가 변화하고 분위기가 바뀌고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가 바뀌고 곡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낭만주의 이후 등장하는 큰 규모의 작품들, 특히 연주시간이 1시간이 훌쩍 넘는 장대한 교향곡의 원조가 바로 베토벤이다.
베토벤의 등장 이후 후배 작곡가들은 예외없이 그를 철저하게 연구하였으며 한편으로 베토벤이라는 너무나 높은 산을 넘어서 어떻게 자신만의 음악을 창조할 것인지가 지상과제가 되었다. 한편으로 베토벤의 음악은 후기로 갈수록 화성 위주의 빈 고전파 양식에서 벗어나서 대위법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베토벤의 대위법은 이 분야의 본좌인 바흐와는 방향이 크게 다른데, 바흐가 기존의 대위법에 충실하면서 이를 극한의 경지로 이끌고 간 음악가라면 베토벤은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격과 파격을 추구한 음악가였다.
바흐의 푸가가 기존의 대위법 형식을 엄격하게 준수하면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면, 베토벤의 푸가는 기존의 푸가 형식에서 벗어난 변칙적인 전개나 새로운 수법의 도입을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음악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대위법 외에 즉흥곡/환타지풍의 변주양식(주제의 주선율이나 화성 등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게 변화시키는 변주방식) 도 자주 활용되었다.